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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 한 명 모두에게 마음이 닿도록” - 김지민 신광여자고등학교 연구부기획교사

작성일 : 15.01.12(월)

written by Editor 윤혜은photo by 이건중

TEACHER'S ZONE
“한 명 한 명 모두에게 마음이 닿도록”
김지민 신광여자고등학교 연구부기획교사

우리나라 사람들은 마치 질문 노이로제에 걸린 듯하다. 2010년 G20 수뇌회의를 마친 후 오바마 대통령이 건넨 질문에 끝내 침묵을 지킨 기자들의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있다. 주최국의 기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발언권을 주었음에도 아무도 손을 들지 않은 것. 하물며 작은 교실은 어떠한가. 교사들의 의지와는 별개로 일방적인 강의가 이뤄질 뿐이다. 물론 예의도 있다. 김지민 교사는 첫 고3 담임을 맡던 해 달성한 99% 대입합격의 비결로 ‘질문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은 용기’를 꼽았다.
Written by 윤혜은 Photo by 이건중

초보 고3 담임의 무한도전
한 번 감당하기도 어려운 고3 담임을 4년씩 연임했다. 게다가 해마다 90% 이상의 입시 성과를 거둔 교사가 있다. 입시자료를 살펴보는 것보다 입학처에 전화를 걸어 요목조목 질문하는 것이 더 익숙한 그녀. 김지민 신광여고 교사의 수업시간은 아이들의 열띤 토론으로 가득 차 있다. 자신들을 위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물음표를 던지는 교사 앞에서 어찌 입을 다물 수 있겠는가. 아울러 일반고에서 그녀가 이뤄낸 기록, 수치를 통해서만 박수 받기에는 아쉬운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99년 교사가 된 이래로 2007년부터 4년 간 고3 담임을 맡게 되었는데요. 고3 아이들과 함께한 첫 해에는 그저 우리 아이들을 대학에 잘 보내고 싶다는 마음뿐이었어요. 당시 ‘아이들마다 한 달에 30분씩 4번 상담을 하면 모두 대학에 보낼 수 있다’는 말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처음이었으니까 남들 30분 할 거 한 시간씩 6번 진행하는 식으로 열정을 아끼지 않았지요. 결국 저 스스로 전문가가 되는 수밖에 없었거든요. 연수란 연수는 다 찾아다녔고, 특히 교육청 소속의 진학지원단에서 받은 진로탐색 교육이 큰 도움이 되었답니다.”
김 교사는 기자를 꿈꾸던 시절의 경험을 되살려 본인의 시사상식을 바탕으로 아이들과 직접 모의면접을 진행할 뿐만 아니라 대학별 입학설명회를 따라갈 만큼 열성이었다. 입학사정관들에게 인사 한 번 더 하고, 연락처를 받아 수시로 질문하면서 몸으로 부딪힌 것이다. 2007년은 이제 막 고3이 된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김 교사도 처음 입시를 경험한 해였다. 심지어 그해부터 급증한 수시 모집은 전체 인원에서 정시 모집 인원을 능가해 베테랑 선생님들도 우왕좌왕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모든 게 시작 단계였기에 위기를 기회로 삼아 용기 있게 맞닥뜨릴 수 있었다.
“첫 해 99%의 합격 결과가 나오고 제일 먼저 진학지원단 선생님께 감사 메일을 드렸어요. 지금은 인창고 교감으로 계신 임병욱 선생님이 바로 그분이시죠. 그렇게 닿은 진학지원단과의 연이 이제는 제가 강단에 서는 입장으로 바뀌어서 이어지고 있어요. 서울진학협의회나 권역별로 진행하는 강의에도 참여하고 있지요. 이 같은 노력의 결과라고 봐야 할지, 고3을 맡은 둘째 해에는 저희 학교에 전에 없던 진학부가 탄생했답니다. 저 또한 이명희 진학부장님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었지요.”

사람은 저마다의 고유한 재료가 있다
사실 일반고 학생들과 특목고 학생들 사이의 성적 차이는 여전히 존재한다. 소위 ‘강남 8학군’이라 일컬어지는 곳과 입시 성적을 비교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일지 모른다. 따라서 김 교사의 목표는 다른 이들보다 원대할 수밖에 없다. 그녀는 상위권 대학으로의 진학보다 더 중요한 미션을 지니고 있다. 아이들의 수준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내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대학을 보내는 것이다.
“솔직히 어떤 아이들은 졸업 후 바로 이어질 수 있는 진로를 모색하기도 해요. 그 아이들에 무조건 공부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죠. 꿈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어떤 방법들이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저도 함께 고민할 수밖에 없어요. 또 중하위권 아이들은 학업의지는 있지만 그 방법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에요. 그래서 저는 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진로 시간에 아이들이 저마다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해요. 입시의 기본적인 과정과 요령을 알려주는 것이죠. 만약 계획표 하나도 못 세우는 아이가 있다면? 타박하지 말고 검사해줘야 해요. 설령 그 아이가 대학 진학에는 실패할지라도 자신이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졸업하도록 도와야죠. 아이들의 자신감 함양이야말로 교사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아이 한 명 한 명 교사의 손길이 닿지 않을 수가 없죠.”
김 교사는 진학부를 관리하면서 사회탐구 과목과 진로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예전처럼 오롯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는 없기 때문에 진학 상담에 앞서 우선 고3 담임선생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단다. 영어특기자 추천부터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부분까지 세세하게 체크한다고. 물론 교내 전문 상담사가 배치돼 있지만 그녀는 학생들을 향한 교사의 적극적인 개입을 지향하고 있다. 백날 상담을 해도 결국 주변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아이의 고민은 제자리걸음일 테다. 학교에서 즐겁게 지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게 그녀의 지론이다.
“제가 가장 애착을 갖고 지원하는 활동은 대학생 멘토링 제도 ‘동행’이에요. 열악한 가정형편 속에서도 학업의지가 확실한 아이들, 학교생활 적응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아이들에게 특히 도움이 되고 있지요. 멘토와 멘티를 연결하기에 앞서 우리 학생들의 특성을 대학생들에게 전달하고 그에 맞는 지도가 이뤄질 수 있도록 부탁을 해요. 가령, 경영대를 희망하는 아이에겐 숙명여대 경영학과 학생을 연결시켜주는 식으로 말이에요. 제가 마지막으로 서울대를 보낸 학생은 장차 국제무대에 서는 게 꿈이었는데, 아는 선생님의 제자들을 수소문한 끝에 국제기구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친구를 소개시켜줬어요. 아이들은 실제로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막연하게 꿈을 꾸는 경향도 있거든요. 간접경험을 통해 자연스레 스스로를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죠.”
진학부가 없던 시절, 김 교사는 아이들마다 지금의 포트폴리오와 같은 파일북을 만들게 해 모든 자료를 일원화시켰다. 직접 상담했던 자료와 성적, 수시와 정시로 지원할 아이들의 생활기록부를 분류해 상담을 할 때 지참하게 했다고. 하지만 그녀는 파일북보다도 진솔한 상담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대에 한 명의 학생을 보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게, 중하귀원 아이들이 무작정 지방대로 원서를 쓰게 내버려 두지 않는 거예요. 통학거리 안에서의 진학을 최대한 도모했는데, 아이들 또한 자신의 학교에 만족하고 다니고 있어요. 저한테는 이런 피드백이 큰 의미로 다가오죠. 실제로 40명에 가까운 아이들을 1번부터 끝번까지 모두 챙기려고 했어요. 우리 아이들은 저만 바라보고 있고, 제 이야기가 그들에겐 가장 절대적이면서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잠시도 쉴 수가 없었죠. 당시 저희 반 아이들은 반강제였지만 여름방학 때도 전원 야자를 했어요. 대신 저는 맛있는 반찬을 싸오면서 아이들을 독려하고 언제든 면담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죠. 아이들끼리도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결속력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고요.”

고3 한철, 교사는 아이들의 엄마가 된다
어느 학교에 진학했느냐는 김 교사에겐 그다지 큰 비교사항이 되지 못한다. 다만, 한 명이라도 그 아이가 도달할 수 있는 최선으로 이끌었느냐가 스스로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듯했다. 6, 7, 8등급 아이들을 위해 별도의 과제를 내줄 때에도 ‘우리 반 예쁜이’라고 그룹명을 지어주었다는 김 교사를 보고 있자니 문득 영화 <굿 윌 헌팅>에서 맷 데이먼을 감싸 안으며 ‘결코 네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인생의 스승 로빈 윌리엄스가 떠올랐다.
“아이들이 수학 시간에 왜 자게요? 모르니까 자는 거예요. 단 한 문제라도 풀 수 있게끔 도와줘야 해요. 그래서 저는 시험기간에 좌석배치를 새로 합니다. 하위권과 상위권 아이들을 맨 앞자리로 옮기고 중위권 아이들을 그 뒤로 앉게 하죠. 이 친구들은 어디서든 공부를 하기 마련이거든요. 하지만 1등은 꼴찌를 챙기면서 서로 윈윈하는 관계를 만들어 줘야 해요. 자기주도 학습과 교우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되죠. 선생님의 눈높이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아이들끼리는 통할 수 있거든요. 또 아이들은 누가 어떤 과목을 잘하는지 아니까 과목별 대표를 뽑아 요약정리를 시킨 후 점심시간을 이용해 강의를 진행토록 했어요. 밥 한 숟갈 뜨는 시간도 아까울 때잖아요.”
김 교사에게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은 곧 큰 재산이나 다름없다. 예를 들어, 면접과 논술을 치른 아이들로부터 받은 수기는 다음 해 입시 대비에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힘든 시기를 가족처럼 믿어주고 서로 이끌어 준 덕분에 반창회도 활성화 돼있고, 졸업생들은 다음 수험생들에게 든든한 멘토가 되어주기도 한단다. 적어도 김 교사의 교실에는 경쟁이 아닌, 성장을 목표로 한 학생들이 가득하다.
“어딜 나가도 최고는 있어요. 내가 항상 이길 수는 없는 법이지요. 자신의 약점을 파악하고 신속히 보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세상에서 내가 이길 수 있는 대상은 오직 나 자신뿐이거든요. 스스로에게 격려와 용기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순간의 단편적인 결과만을 놓고 자신의 오랜 노력을 함부로 평가절하하지 않길 바랍니다. 제가 말하면 아이들은 진짜 가능할 것 같다고 답하더라고요(웃음). 아이들로 하여금 쉽게 좌절하지 않고 한 번 더 일어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그게 가르치는 사람의 역할이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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