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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권 성적 학생을 책임지는 교육은 어디에…?

작성일 : 13.08.13(화)

written by Editor 한자현photo by 홍경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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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권 성적 학생을 책임지는 교육은 어디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학생들 사이에선 이런 말이 유행이었다. 고1 ‘서울대 가자’, 고2 ‘SKY 가자’, 고3 ‘인(in)서울만 가자’. 학년이 올라가면서 대학 입시의 현실을 깨닫게 된다는 우스갯소리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 농담이 통용되지 않는 듯하다. 이미 중학교 때부터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과 대학 진학을 포기한 학생으로 나뉘고 있다. 최근 들어 중학생의 학력 격차가 부쩍 심각해진 가운데, 하위권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Written by 한자현 Photo by 홍경택

‘선발효과인가, 교육효과인가’
이제는 비단 특목고·자사고, 혹은 명문학원에만 적용되는 논란이 아니다. 대다수의 학교와 학원은 ‘똑똑한’ 학생들을 위한 교육기관이 돼버렸다. 실제로 한 일반 고등학교에서는 1학년 첫 중간고사가 끝나자마자 명문대 특별반을 구성해 전교 30등까지만 관리하고 있다. 반면에 성적이 낮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아무것도 없다.
이런 극단적인 체제가 아니라도 현 교육시스템이 하위권 학생들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학교에서는 교과서에 나온 순서대로만 학생들을 가르친다. 학원에서도 선행학습 프로그램은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지만, 후행학습 프로그램은 턱없이 부족하다. 앞부분에 미처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더라도 제대로 짚고 넘어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기관은 많지 않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중학생들이 하위권으로 낙인찍히는 건 한 순간이다. 중학생이 되면 초등학생일 때와 비교했을 때 학습량과 속도가 급격하게 늘어난다. 적응하지 못하고 허덕이는 아이가 생기는 건 당연지사. 게다가 커리큘럼은 ‘불(不)개통학습’ 구조를 갖추고 있다. 앞부분을 전부 이해했다는 전제 하에 교과과정이 구성되기 때문에 이전에 놓친 부분이 있으면 뒤에 나오는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 1학기 동안 2~3개월, 잠깐만 방황해도 금세 뒤처진다.
그렇다고 학습부진아들을 위한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게 말처럼 수월하지만은 않다. 우선 프로그램 수가 극히 부족할뿐더러 그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걸 달갑게 여기지 않기 때문. 이해웅 타임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앞부분부터 다시 배우는 걸 창피해하는 사회적 인식을 비판했다.
“중학생이어도 초등학교 과정을 모르면 당연히 그 부분부터 시작해야죠.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를 정상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학부모들이 그런 말 많이 하잖아요. 우리 애가 왜 열등반 대우를 받아야 되냐고. 근거 없는 ‘형식적 평균주의’예요. 또래 친구들과 똑같은 수준으로 인정받아야 된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 때문에 아이들은 모르는 게 있어도 쉬쉬해야만 하죠. 그런 잘못된 통념이 하위권 학생들의 학력 격차를 더 심화시키고 있다고 봅니다.”
수준별 교육을 위해 도입한 교과교실제(교육부에서 지정된 과목에 한해 학생들이 시간표에 따라 전용 교실로 이동하며 수업을 듣는 교육 방식)도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일괄적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보다 선진화된 시스템이기는 하지만, 기초반에 소속된 하위권 학생들의 학습능력과 수준, 원인 등을 세심하게 분석하는 과정은 없다. 결국 심화반, 즉 상위권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는 제도인 셈이다.

이제 학원이 나설 차례
모든 학원에는 하위권 학생들을 위한 반이 존재한다. 그러나 여기서 하위권이라 불리는 학생들은 평균 3~5등급. 따지고 보면 학원 수강생들 대부분은 상·중위권 학생들이다. 그 이하의 등급은 아예 취급하지 않는 게 관행이 된 듯하다. 실제로 학원에서 8, 9등급 학생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하위권 학생들은 대부분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놓고 배우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예 포기해버리거나 과외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 과외식 학습법도 그다지 효과가 높아 보이지는 않아요. 과학적으로 연구한다기보다는 개인적인 감으로 관리해주는 정도니까요.”
자발적으로 학원에 찾아오는 하위권 학생들도 드물지만, 그들만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학원도 거의 없다. 학교와 마찬가지로 하위권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시스템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 학원에서는 왜 하위권 학생을 위한 교육을 시행하지 않는 걸까. 조남호 스터디코드 대표는 사업 논리가 적용되는 교육서비스의 메커니즘을 지적했다.
“중·상위권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하위권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훨씬 어렵습니다. 성적이 낮은 학생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투자가 필요하거든요. 그리고 가르치더라도 당장 드라마틱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죠. 학원 평가의 기준이 전체 학생의 성적 상승 정도가 아니라 최고등급의 성취도 아니겠습니까. 다들 ‘명문대를 몇 명 보냈느냐’만 중시하잖아요. 투자 대비 효과 측면에서 보면 중·상위권을 유치해 조금 가르치다가 명문대를 보내는 게 유리한 거죠.”
하위권 학생들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단 걸 알지만, 효율적인 학원 운영을 위해 이들을 방치할 수밖에 없는 현실. 하위권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정말 학원에 손해만 끼치는 걸까. 이런 상황에서 학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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