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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해 죽겠는 십.대.에.게. 작성일 : 01.31(화)
written by Editor 김민정 photo by 이현석 hit:2107

우울해 죽겠는 십.대.에.게.

누구나 십 대 시절을 겪지만 지치고 힘든 그들의 마음을 다독여 주는 어른은 많지 않다.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사이, 아이들의 마음은 까맣게 타버렸을 지도 모른다.
사는 게 힘들어서 모르는 척 하고 싶었던 십 대의 우울증, 그 무거움을 얼마만큼 실감하고 있는가.
Written by 김민정 Photo by 이현석

 

0.1점 차이로 나의 ‘등급’이 결정되는 세상, 무시무시한 경쟁 속에 아이들이 있다. 공부와 친구가 전부였던 그 시절 십 대로 사는 게 무던히도 지치고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어느덧 십 대의 기억은 까마득해졌고 우리는 어른이 되었다. 사회에 치이고 현실에 부딪치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느라 누구보다 힘든 어른.
어른들은 말한다. ‘요즘 십 대들은 정신력이 부족하다’고. 친구 관계에 아프고, 불확실한 미래가 어렵고, 눈앞의 성적 때문에 피가 마르던 그때의 나는 어디로 갔을까. 1등 차이로 죽음을 선택하는 아이들의 소리 없는 외침을 그저 ‘배부른 소리’로 치부해도 되는 걸까.

 

우리 아이 ‘우울증’인 걸까?
우울증을 겪어 본 적 있는가. 중증의 우울증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그 심각성이 와 닿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우울증에 대한 인식은 심각하게 낮은 수준이다. 그중 십 대의 우울증은 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까지 안겨줄 정도다. 그런데 유난히 십 대의 우울증에는 꼬리표가 붙는다. ‘사춘기라 그래’.
“저 역시 사춘기 내내 심한 우울증을 겪었고 자살 시도까지 했으니 우울증이 얼마나 무서운지 피부로 느낀 셈이죠. 그런데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우울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게 사실이에요. 몸에 암이 생겼다고 하면 당장 입원해서 치료를 받잖아요? 우울증도 마찬가지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우울증도 ‘병’이니까요.”
강선영 대표는 27년째 심리상담을 해오면서 모든 심리적 병증의 바탕에는 우울증이 있음을 발견했다. 불안증, 편집증, 공황장애, 성격장애는 물론 중독 역시 저변에 우울증이 깔려 있다. 즉, 우울증이 치료되지 않으면 이러한 증상의 치료가 어렵다. 그러나 암을 초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한 것처럼 우울증도 초기에는 비교적 치유가 쉬운 편이다. 문제는 우울증에 걸렸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느냐다.
아이가 우울증에 걸렸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갑자기 무기력해지면서 모든 것에 흥미가 떨어진다면 의심해 봐야 한다. 갑자기 아침에 못 일어나거나 학교에 가기 싫어하진 않는가? 이때는 친구들과의 관계도 원활하지 않다. 다음으로, 별거 아닌 일에 화내고 짜증이 많아지고 매사에 부정적이라면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우울증의 베이스에는 불안과 분노가 자리하고 있는데 불안이 심해지면 눈도 잘 못 마주치고 발표를 못 할 정도가 된다. 마지막으로, 쉽게 게임에 빠지거나 인터넷에서 헤어나지 못하는지 살펴본다.
“십 대 아이들은 평소에 행동이 달라지는 것만 잘 캐치해도 우울증인지 금방 알 수 있어요. 부모가 일찍 발견해서 치료를 받고 일시적으로 약만 먹어도 좋아집니다. 문제는 왕따 등의 문제로 5~10년 이상 상처를 받고 원인이 누적되어 있는 경우예요. 이때에는 반드시 심리치료를 병행하면서 근본적으로 치료를 해야 합니다. 우울증 발견은 서두를수록 좋아요.”
우울증은 단순히 우울한 감정이 아니다. 즉, 정신력으로 이겨낼 수 있는 만만한 병이 아니란 소리다. 모든 병은 적절한 때에 적합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죽게 된다. 열이 펄펄 끓는 아이에게 정신력으로 이겨낼 수 있다고 응원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 볼 일이다.

 

사춘기 십 대를 위한 마음 치유
강선영 박사가 십 대의 우울증에 포커스를 맞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어릴 적부터 우울증을 앓았던 그녀는 사춘기 무렵 극심한 우울증으로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 그녀의 저서 <십 대로 사는 거 진짜 힘들거든요?>에 힘들어하는 십 대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길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저는 감성적인 아이였어요. 엄마는 저와는 정반대로 남성적이고 목소리가 크셨어요. 조그만 실수에도 크게 혼이 나는 환경에서 자랐죠. 엄하고 체벌이 심한 조부모님 밑에서 자랐으니 자신의 아이도 그렇게 키우신 거예요. 감성적인 아이들은 사랑이 조금만 부족해도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큰데 다그치기만 했으니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지요.”
가벼운 우울증을 방치하면 학습 능력이 저하되고 성적이 떨어지면 더 우울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중증으로 치달으면 자살까지 이르게 된다.
“우울증이 극에 달했던 사춘기 시절, 죽고 싶다는 생각이 24시간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 거예요. 죽기 직전까지 갔었죠. 다행히 저는 치유를 위해 공부를 시작했고 지금 치유자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매해 수백 명의 청소년들이 자살을 시도하고 있어요. 그래서 십 대 아이들이 더 애틋하게 느껴지는 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일까. 강 박사의 이야기에는 아이들에 대한 진심 어린 공감이 스며 있었다.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100% 이해 말이다. 실제로 아이들은 죽도록 아파하는데 정작 부모는 그 이유를 잘 몰라 어리둥절해 있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그녀의 부모처럼 아이의 성향을 모른 채 양육하기 때문이다.
“아이의 성향에 따라 양육해야 한다는 말은 많이 들어 봤을 거예요. 아이들에게는 타고난 성향이 있는데 이게 때로는 부모의 성향과 반대될 수 있거든요. 그럼에도 부모들은 자기가 교육받은 대로 아이를 키우려고 해요. 아무도 부모에게 아이의 성향에 따라 ‘이런 아이는 이렇게 교육하라’고 가르쳐주지 않으니까요.”
강 박사는 성향의 차이는 양육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아이의 성향은 크게 감성형, 이성형 아이와 외향적, 내향적인 아이로 나눌 수 있다. 털털하고 씩씩한 성향을 가진 이성적, 외향적인 아이는 야단을 쳐도 크게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다. 문제는 내향적이면서 감성적인 아이다. 마음이 여리고 따뜻한 반면 상처를 잘 받는 성향의 아이들은 체벌을 가하거나 야단치며 키우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
“일부러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부모는 없어요. 부모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다보니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고, 상처 받은 줄 모르고 지나가니 아이의 우울증이 심해지는 거예요. 우리도 십 대를 지나왔지만 십 대는 아직 생각이 어리고 유치해요. 다방면으로 생각하기보다는 현재의 아픔에 매몰될 수밖에 없는 나이죠. 아이가 지금 힘들고, 지치고, 꿈도 없고, 살고 싶지 않고, 공부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면 왜 그런지 한번 들여다보세요.”
그녀는 이 시대 부모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왜 이렇게 나아지지 않냐’, ‘너만 아픈 게 아니다’ 이런 말들로 상처를 키우고 있지는 않은가. 아이가 자책하고 비난하지 않도록 대화의 통로를 열어주는 부모인가.
“내가 무엇 때문에 힘든지, 마음이 왜 답답한지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일은 정말 중요해요. 사춘기 시절에 억압되고 누적되는 감정들은 시한폭탄이 되어 어마어마한 분노로 표출될 수 있거든요. 감정들을 눌러 놓고, 참고, 안 보고 지나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엄마는 늘 널 응원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요? 세상을 구하는 일? 돈을 많이 버는 일? 유명세를 타는 일? 위대한 사람이 되는 것? 내가 낳은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일보다 중요한 게 있을까요?”
아이를 양육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만큼 힘든 일이기도 하다. 두 아이의 엄마인 그녀에게도 아이를 키우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아이들은 저마다 성향이 다르니 첫째와 둘째를 대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하고, 나도 모르게 두 아이를 비교하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모르면 책을 보고 강연도 들으면서 부모로서 새로운 하루를 산다. 늘 공부하는 자세로 말이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아이를 키우는 일이라면 부모가 정신을 차려서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모르면 배우면 되는 거잖아요. 단, 우리 부모님이 우리를 키운 방식을 모방할 게 아니라 ‘이런 부모가 되어야지’ 작정하고 공부해야 해요.”
사람은 경험한 만큼 이해한다고 했던가. 상담심리 전문가인 강 박사도 부모로서는 처음이었기에 모든 게 쉽지 않았다. 지금은 성인이 된 그녀의 두 아이도 한국의 입시제도 아래서 녹록지 않은 사춘기를 보냈다. 그러나 힘든 시기가 드러나면서 오히려 더욱 성숙해질 수 있었다.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가고 이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녀는 느꼈다. 힘든 십 대를 보낸 것이 절망이 아닌 보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지금 너무 아파서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죽을 것처럼 힘들어도, 내 인생에는 빛나는 앞날이 없을 것 같아도 지나고 나면 보상으로 돌아온다.’ 힘든 십 대를 보내고 우울증을 이겨낸 뒤 받은 보상이 제가 받은 고통의 몇 배가 되어 돌아왔거든요.”
고통을 뛰어넘으면 사람과 세상에 대한 통찰력이 생기고, 아픈 과정을 통해 깊고 넓게 보는 시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강 박사의 지론이다. 고통을 재해석하는 힘이 생기면 현재의 내가 무엇을 얻었는지 비로소 볼 수 있다. 누구보다 아픈 십 대를 지나왔지만 그녀에게 십 대는 여전히 캐내지 않은 보석을 담고 있는 시기이다. 치유만 된다면 아이는 금세 자신의 보석을 발견할 수 있다.
“부모는 아이에게 좋은 상담자가 되어야 합니다. 좋은 상담자란 아픈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에요. 내 마음을 온전히 받아 주고 믿어 주고 기다려 주는 사람이지요. 상대가 50%만 공감하면 마음도 50%만 치유가 돼요. 내 경험으로 판단하지 말고 아이의 아픔에 100% 집중할 때 아이들은 죽음이 아닌 삶을 바라보게 될 거예요.”
학창시절 하필 가장 중요한 시험을 망쳤다. 쓸모없는 존재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잠시였지만 살아 있을 의미도 이유도 찾을 수 없었다. 잠시도 참기 힘든 우울함을 온종일 짊어지고 있는 아이들은 어떤 기분일까. 축 쳐진 어깨를 응원하고 싶어진다. 무조건적인 사랑 이전에 무조건적인 공감이 필요한 날이다.

 

★ 사춘기 십 대의 마음 치유 가이드
사춘기 십 대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을 들여다봐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힘든 감정을 그때그때 꺼내놓는 것이다. 마음껏 그림을 그리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울어도 보고, 일기를 쓰거나 마음에 드는 시를 읽어 보는 것도 좋다. 감정 표현에 서툰 아이들일수록 감정을 끌어낼 도구가 필요한데 미술, 음악, 문학 등을 활용한 심리치료가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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