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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환 작가 작성일 : 16.10.18(화)
written by Editor 윤혜은photo by 송인호 hit:2263
만나고픈 사람

 

전승환 작가

대학 시절,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이 세 마디만 외워두면 세상이 아름다워진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나는 가능한 이 말을 먼저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친구에게, 가족에게, 선배와 후배들에게. 하지만 삶은 생각처럼 쉽게 환해지지 않았고, 여기저기 애꿎은 마음을 내어주느라 더 피곤해 질뿐이었다. 그 사이 나이를 먹고, 마음에도 나잇살이 쪘는지 열고 닫는 일 역시 점점 느려져만 갔다. 반면, 한 남자는 이런 말을 하며 살고 있었다. “나에게 고맙다”라고.
Written by 윤혜은  Photo by 송인호

 

  

 

" I THANK YOU "

 

나에게 고맙다고? 스스로에게 고마운 일이 뭐가 있을까?

그동안 줄곧 타인을 향하던 말들이 한데 섞여 밀려오는 기분이었다.

<나에게 고맙다>라는 책을 쓴 전승환 작가에게 다짜고짜 최근 자신에게 가장 고마웠던 순간에 대해 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이렇게 말했다. “생각해보면, 하루하루가 고마운 것 같아요.

이 하루는 내일이 되면 없을 하루잖아요? 물론 모든 시간을 성실히 보낼 수는 없죠. 게으를 때도 있지만,

저는 그 게으름 속에서도 ‘내 의지대로 게으를 수 있는’ 순간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는 사람이에요.”

아아, 나는 얼마나 자신에게 인색한 사람이었나.

습관처럼 피어오르는 자기혐오도 잠시, 일단은 그를 조금 더 알아보기로 했다.

5년 동안 페이스북에서 ‘책 읽어주는 남자’로 불리던 그가 비로소 자신의 이야기를 들고 우리에게 한발 더 다가왔으니 말이다.  

 

나에게서 온 편지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활동하고 있는 전승환 작가는 알고 보면 평범한 회사원에 지나지 않는다.

책을 좋아하지만, 책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그는 인터뷰가 약속된 날도 연차를 내고서야

기자와 마주 앉을 수 있었다. 이름에서 성별을 짐작할 수 있을 뿐, 그는 독자들의 상상 속에 살고 있는 작가다.

책장 뒤에 숨어 있는 그는 스스로를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슬플 때는 오히려 슬픈 감정에 푹 빠져 있곤 한단다. “저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을 좋아해요.

사람과의 관계에서 영향을 많이 받고, 또 관계 안에서 배울 점을 많이 찾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랍니다.

그 과정에서 회의감이 들거나 마음에 상처가 나기도 하지만 관계를 쉽사리 포기하지는 않죠.

유난히 감수성이 풍부한 저로서는 사람들과 섞여 지내는 일이 피곤한 게 사실이에요.

아무래도 감정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게 되니까요.

그러고 보면 저는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보다 타인을 배려하는 성향이 더 큰 사람인 것 같아요.

사람들과 어울리고, 동화되는 내 모습이 더 익숙하다고 할까요.”

누군가 당신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면 과연 수분 내로 설명할 수 있을까?

차분한 목소리로 본인을 소개하는 전승환 작가와의 대화에는 기다림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초조하지 않았던 이유는 ‘이쯤에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야 하는 걸까’ 고민할 즈음,

실타래처럼 말을 풀어내는 그의 의지가 분명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전승환 작가처럼 자기객관화가 잘 되어 있는 사람은 본인을 드러내고픈 욕구를 어떻게 해소하는지 궁금했다.

“30대가 넘어가면서부터는 관계 속에서 나를 드러내기보다는 홀로 독서를 하면서 나 자신을 바라보는 방법으로

해소하고 있어요. 학창시절 독서의 영향이 컸죠. 저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책에 파묻혀 살았거든요.

만화부터 시작해 무협지까지 그 당시 읽었던 책만 5천여 권이 넘을 거예요. 군대에서도 책을 많이 읽었는데,

그 시기에 ‘미니홈피’ 시대가 열린 거예요.

그때부터 단순히 읽는 것에서 나아가 제가 읽었던 책에서 밑줄을 그었던 글귀를 남기거나,

또 타인의 포스트를 퍼 나르기 시작했어요. 기록이 축적되기 시작한 거죠.

이런 습관이 생기고 나니 책으로부터 위안을 받고 힘이 되었던 구절을 더 많이, 오래 나누고 싶어졌어요.

그리고 미니홈피를 거쳐 페이스북이 대중화되던 시점에 ‘책 읽어주는 남자’ 페이지를 개설하게 됐어요.”

아직도 많은 이들이 그의 책 소개에 힘을 얻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위로를 얻은 채 침대에 눕는다.

처음에는 내가 찍지도 않은 사진, 직접 읽지도 않은 책 속의 문장들이 무슨 힘을 지녔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이 1분이면 읽어볼 그 작은 포스트에도 따스함을 느낄 만큼

너무 지쳐 있던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승환 작가의 페이지에는 사는 동안 정작 나에게는 전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말,

스스로를 토닥여주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기자의 마음속에는 ‘일단 너부터 행복했으면 좋겠다’라는 문장이 깊이 파고들었다.  

 

"솔직해지세요. 남들에게 착한 사람으로 보이려고 애쓰지 마세요.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어, 혹은 미움 받고 싶지 않아 나를 잃어버리지 마세요. 싫으면 싫다고, 어려울 땐 어렵다고 말하세요. 거절할 줄 아는 용기로 당신의 삶을 온전히 되찾아 가세요. 누군가 당신을 싫어한다고 해서, 미워한다고 해서 변하는 건 없어요. 그건 그 사람의 생각일 뿐, 당신의 삶에 영향을 주지 않으니까요. 거절이 필요한 순간을 외면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벅찬 인간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요."

 

 

  

내 마음, 내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
‘책 읽어주는 남자’에서 ‘책 쓰는 남자’로 변신한 전승환 작가의 책은 현재 에세이 부문의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다.

물론 회사에서는 이 사실을 상상조차 못하고 있다. 그의 최측근들만 이 조용한 성과를 축하하고 있다고.

그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이 소소한 취미생활에 머물러 있기를 바랐다.

‘저기’와 ‘여기’의 생활이 굉장히 분리되어 있는 셈이다. 작가 전승환의 세계는 마치 아지트 같다고 할까?

본인 역시도 ‘쉴 곳이 분명히 있는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물론 일로써 얻는 성취감만으로 충분한 이들도 있겠죠.

반면 저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지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장소가 명확한 편이고요.

무엇보다 그 공간을 공유할 수 있는 많은 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큰 복이라고 생각해요.

또 이 시간들 덕분에 남의 말과 글을 빌리는 데에서 나아가 제 글을 쓸 용기를 얻게 된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기자의 지인은 요즘 일명 ‘마음 공부’에 깊이 빠져 있다.

왜 나는 오늘도 ‘이 모양 이 꼴’인지에 대한 성찰을 하는 데에 여념이 없다.

얼핏, 그 공부로 인한 깨달음이 그녀를 더 괴롭히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도 많은 이들이 마인드 컨트롤에 큰 에너지를 쏟고 있지만, 효과는 생각보다 미미한 듯하다.

우리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작은 좌절을 맛보고, 생각보다 잦은 위로를 필요로 하니 말이다.

전승환 작가에게도 속 시끄러운 날이 찾아오곤 할까. 그림자가 드리워진 하루, 그가 보내는 시간을 물었다.

“선천적인 기질이 다소 긍정적일 뿐, 저 역시도 아무 이유 없이 자존감이 낮아질 때가 많아요.

하지만 그 상황을 빠져나오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온전히 그 상황에 머물러 있으려고 해요.

 저는 기분이 나쁘면 그 감정을 온전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먼저거든요.

스스로를 잠시 가만히 두는 거죠. 힘든 사람한테 자꾸만 “많이 힘들지? 힘내”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상대가 입을 열 때까지 잠자코 기다려주는 게 더 큰 위안이 될 때가 있잖아요? 자신에게도 마찬가지예요.

 내 몸과 마음이 비로소 다른 곳을 향해 움직이고 싶을 때까지 시간을 줄 필요가 있어요.

우리에게 닥치는 일들은 푼다고 해서 풀리는 문제가 아닌 때가 더 많으니까요(웃음).”

마지막 질문으로 쉼과 격려가 필요한 독자들에게 위로의 한 마디를 부탁했다.

그는 한참을 고민하다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려고 노력한다면, 마침내 그 위안을 스스로에게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동안 내가 전했던 숱한 토닥거림은 어느 틈 에 나에게 돌아왔을까.

아직 돌아올 길을 찾지 못한 것도 같다. “특히 어른들 못지않게 큰 부담을 안고 살아가는 요즘 청소년 들에게는

 ‘믿는다’라는 말이 가장 필요할 것 같아요. 저 역시도 유년시절에 아버지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바로 ‘믿는다’ 였어요. 다른 잔소리보다도 그 말씀을 참 많이 하셨죠. 결과적 으로 저에게 따뜻한 울타리가 되었던 것 같아요.

늘 착한 학생 은 아니었지만, 외부로부터 유혹을 받을 때마다 아버지의 말씀으로 세워진 울타리를 보면서 제 자리를 지킬 수 있었고요. 누 군가 단 한명이라도 나를 믿는 사람이 있다는 건 큰 축복이라 고 생각해요.

그 말을 뱉는 사람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큰 힘을 발휘하거든요.

아버지는 요즘도 제게 “믿는다”고 말씀하 시곤 해요(웃음).”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결이 같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꼭 오랜 동성친구와 모처럼 짬을 내 수다를 떨고 온 기분이랄까. 소리 없이 등 뒤를 데우는 가을볕처럼 위로가 스며드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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