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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기 문학박사] 부모의 격이 올라가면 자녀의 격도 올라간다 작성일 : 06.05(월)
written by Editor 전민서 photo by 김미선 hit:520

 

부모의 격이 올라가면 자녀의 격도 올라간다

정형기 문학박사

 

자녀는 부모를 선택할 수 없다. 그저 엄마의 자궁 로또에 당첨되어 이 땅에 태어날 뿐이다.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자녀가 처음 보는 사람은 부모이고, 자녀가 성장하는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 역시 부모다. 조선 영조는 임금이었지만 평생 미천한 엄마의 아들이라는 콤플렉스에 시달렸다. 다행히 이제 신분은 사라졌지만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자녀의 인생도 달라진다. 자녀를 다른 집 아이와 비교하기 전에 부모가 그동안 어떤 모습을 보여주었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저자 정형기 문학박사는 자녀를 잘 키우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흔히 다른 육아 관련 도서에서 말하는 스킬은 전혀 소용이 없다면, 무엇이 중요할까?
Written by 전민서 Photo by 김미선


맹모는 스스로 좋은 환경이 되었으며, 훌륭한 스승에게 자녀 를 맡겼다. 그녀는 남편을 일찍 잃고 베를 짜서 맹자를 교육했 다. 서당 옆으로 이사한 뒤에도 맹자가 공부를 안 하고 방황하 자 맹자에게 극약 처방을 내렸다. 맹자가 서당에서 공부를 그 만두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짜던 베를 자르며 말했다. “힘들지? 그러나 베를 한 올씩 짜듯이 학문도 한 자씩 쌓아야 하는 거란다. 배우다가 그만두면 잘려나간 베처럼 지금까지 익 힌 공부도 쓸모가 없어.” 정형기 문학박사가 30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교육자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어떻게 하면 자녀를 바꿀 수 있을까요?”였다. 그가 말하는 정답은 하 나다. “부모가 변해야 자녀도 바뀐다.” 정 형 기 문 학 박 사 엄마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다 태어나자마자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아이는 사소한 것 하나하 나 곁에서 부모가 알려주고 이끌어주면서 성장한다. 한참의 시 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독립된 인격체 가 된다. 아이가 점점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되었을 때의 모습은 절대 혼자서 만든 것이 아니다. 정형기 문학박사도 교육자로, 또 두 아들의 아빠로 살아오면서 이를 뼈저리게 느꼈다. “그동안 교육 현장을 누비면서 많은 엄마를 만났어요. 아무래 도 아빠들보다는 엄마들을 많이 만나게 되더라고요. 엄마들 을 평가한다는 것은 참 조심스럽습니다. 자식 입장에서 보면 엄마는 다 위대하잖아요. 농부들은 그해 농작물로 말하듯이 엄마들은 자식으로 말한다고 생각해요. 역시 단수가 있는 엄마들이 자녀 교육도 잘하더라고요. 대학에 가는 게 전부는 아니지만, 대학교 입학까지 20여 년 동안 아이를 잘 키우고 좋은 대학에까지 보낸 엄마들이 잘한다고 본 것이죠. 그게 돈만 있다고 다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돈보다 필요한 것은 엄마의 교육 철학, 본인의 경험, 흔들리지 않는 소신을 더한 총체적 능력이랄까. 또 정보를 많이 갖고 있기보다 정보를 분석해서 정수를 뽑아내는 종합적 판단력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람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마주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성장하는 존재이다. 하지만 그 성장의 과정에서 엄마의 역할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정형기 박사는 자녀의 격을 결정짓는 정확한 시기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많은 아이들을 봐온 결과, 중학교 때까지 엄마가 옆에서 학습 동기를 유발하고, 정신을 안정시키고,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은 무엇보다 효과가 크다고 조언했다.
“초등학교 때까지 아이를 몰아붙이기만 하면 중학교, 고등학교 때 가서 쓰러질 수 있어요. 엄마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아이는 달라지죠. 어느 정도 아이가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 다음에는 희망을 가지고 믿고 기다려주면 되는 겁니다. 서정주의 시 <자화상>에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다’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저는 ‘엄마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다’라고 얘기하고 싶네요. 부는 바람이 아니라 믿고 지켜봐 주는 바람이요. 유대인들은 아이를 신의 선물로 생각하고 ‘어떻게 잘 키울까’ 많이 고민하더라고요. 유대인에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매번 반해요. 부모를 잘 만나는 것은 최고의 덕이죠.”


말보다 발이 빠른 부모
새로운 무언가를 배울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해보는 것이다. 아무리 책을 보고, 남에게 듣는다 한들 내가 한번 해보는 것이 훨씬 잘 와 닿는다. 이는 자녀 교육에서도 일맥상통하는 원리이다.
“부모는 역시 모범을 보이는 게 좋습니다. 말보다 발이 빠른 부모가 되어야 합니다. 되도록 발로 실천하고, 언행일치하려는 노력을 해야죠. 우리나라는 속담에서도 말을 중시하는데 말은 얼마나 가벼운 겁니까. 말로 하면 누가 우사인 볼트처럼 못 달리겠어요. 부모가 먼저 왜 달리는지, 어떻게 달리는지, 어디를 향해서 달리는지 알아야지 공부가 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아이한테 무작정 하라고 하면 모르잖아요. 모범을 통해서 다 이룰 수는 없지만,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이 말보다 훨씬 효과가 좋죠. 스마트폰 영상보기를 반으로 줄이고, 책 10분 읽으면 애들이 알아서 긴장할 거예요. 우리 집의 경우에는 제가 서재에서 그렇게 책을 읽어도 애들은 거실에서 게임을 하더라고요. 그렇게 모범을 보여도 안 통하는데 말로만 하면 오죽하겠습니까. 물론 결정적인 순간 말이 필요할 때가 있지만, 꾸준히 행동으로 보여주면 되는 거죠.”


자녀 교육은 엄마나 아빠 어느 한쪽만 잘한다고 해서 완성되지 않는다. 자녀는 가정에서부터 사람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배우기 때문에 부부가 서로를 존중하며 좋은 관계를 보여주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아이가 어릴 때는 자신감과 자존감을 세워주고, 부모를 믿도록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한 가지 강조하자면, 초등학교 때 한자 기초와 독서 기초를 잡는 것이 중요하더라고요. 우리나라 말이 한자로 많이 구성되어있는 만큼 어휘력과 견문을 넓히는 연장을 마련하는 거예요. 나중에 지식을 잘 습득하고, 스스로 뛸 힘을 갖는 데도 도움이 되죠. 또 아빠들이 육아에 참여해야 한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아빠가 퇴근하고 나서 자녀를 위해 시간을 내고, 모범을 보여주세요. 아빠가 책을 읽어주면 또 다른 효과가 있거든요. 부부의 역할을 기계적으로 나눌 수도 없는 문제이니, 엄마와 아빠의 역할을 가정마다 유연하게 만들어 가야겠죠.”


하루하루 더불어 자란다

두 아들을 키우면서 가장 행복했을 때가 언제였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아들과 함께했던 모든 순간을 떠올렸다.
“아들들이 대학에 갔을 때, 군대에 가서 무난히 마치고 돌아왔을 때, 취업했을 때 등 뿌듯한 순간이 많았어요. 자녀의 인생에 중요한 계기가 되는 일들을 통해 ‘밥벌이는 하고 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 굉장히 기특하죠. 반대로 자녀가 힘들 때, 고민이 있을 때는 같이 힘들었어요. 함께 울고 웃고 고민하면서 자녀도 나도 같이 자라는 거죠.”
자녀를 여러 명 키우던 예전과는 달리 요즘은 대부분 가정에서 한두 명의 자녀를 키우다 보니, 부모들이 자녀에게 모든 관심을 쏟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정형기 문학박사는 그 도가 지나쳐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는 생각을 바꾸고, 일찍이 자녀를 독립된 존재로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희 아버지는 교육에 대해 잘은 몰라도 자식을 존중하고, 수직적이 아니라 수평적으로 대하셨어요. 말보다 먼저 행동으로 보여주려고 노력하셨죠. 두 아들을 키운 저도 부족하지만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고요. 자녀를 어려워서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친구로 대하면 좋을 것 같아요. 자녀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지 말고, 같이 자랄 수 있는 파트너라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자녀를 때리고 무시할 수 있겠어요.”
그는 지금도 두 아들과 함께 자라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본인이 겪은 시행착오를 남들은 덜 겪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현재 ‘인생성형’이라는 마당을 운영하고 있다. 교수가 되려던 뜻을 접고 인생성형가를 선택했을 때는 아들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되었다. 책을 내는 데도 두 아들은 든든한 조언자가 되어 주곤 한다. 기자도 오늘은 집에 가서 부모님과 서로의 고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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